지난달 12일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담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은 ‘과연 이번에는 될까’였다. 그동안 이 문제는 숱하게 현안으로 떠올랐다가 흐지부지됐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건 쉽게 말하자면 ‘국민이 사장을 뽑는다’는 의미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가. 그렇다. 어째서인가. 답은 ‘관행’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공영방송 3사/디자인 안혜나 미디어오늘 기자

 

KBS를 예로 들면 이사회가 오랜 기간 동안 여권 추천 인사 7명과 야권 추천 인사 4명으로 구성돼온 관행 말이다. 역시 공영방송으로 간주되는 MBC도 이사 9명의 여야 추천 비율이 6 대 3인 관행이 유지돼왔다.

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책 ‘공영방송’에서 이렇게 말한다. “전두환정권은 방송 공영화를 명분으로, KBS를 축으로 공영방송제를 도입했다. 영국 독일 등의 공영방송이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목적으로 도입한 방송 제도라고 한다면 한국은 정권의 언론장악을 위한 언론 통폐합 조치의 일환으로 정착된 것이다.” 한국의 공영방송이 첫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는 말이다.

정치권력 방송장악 욕심 바뀌지 않아

정치권력의 욕심은 그 뒤로도 지속됐다. 대통령이 지명하거나 여야 추천으로 임명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5명이 공영방송 사장·이사를 추천하는 현행 방식은 정치권력의 입김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아래서 권력의 방송장악을 강하게 비판하던 현 정부와 여당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에 별다른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런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오죽하면 방송기자연합회가 성명에서 “공영방송의 사장 선출에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는데도 여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당사자인 언론계조차 발전적인 논의의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라고 탄식했겠는가.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정필모 의원실

정 의원 등이 발의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 100명으로 구성된 ‘이사후보 추천 국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선출된 인사들로 KBS·MBC·EBS 이사를 각각 13명씩 뽑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이렇게 구성된 각 공영방송 이사회는 사장 선출시 ‘사장후보 국민추천위원회’를 만들어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공영방송의 독립과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다 작고한 고 이용마 MBC 기자가 제안했던 ‘국민에 의한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에 가장 가깝다고 할 만하다. 공영방송 사장 선출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하고 공영방송의 통제권을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줌으로써 실질적인 공영방송의 독립을 이루자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여권 추천 이사가 7명을 차지하는 관행으로는 KBS는 정부·여당에 지배될 수밖에 없다. KBS 이사회의 정파성 논란은 정권과 상관없이 제기됐다. 보수진영은 노무현·문재인정부의 공영방송을, 진보진영은 이명박·박근혜정부의 공영방송을 정부의 선전 도구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 개정안에도 문제점은 발견된다. 개정안은 방통위가 100명의 이사후보 추천 국민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있어 방송분야에 관한 전문성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한 점이 그렇다. 방송 분야의 범위와 전문성의 정의가 모호해 의견의 반영 절차와 방식을 놓고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변화 논의 자체가 소중한 시도

또 한국PD연합회는 성명에서 “지역 성별 나이를 고려해 균형 있는 국민위원회를 선정할 때 정치권력의 입김을 배제할 강력한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방통위원 선임방식을 그냥 둔 채 그 산하에 위원회를 두는 게 합리적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법안들이 확정되기까지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발의된 개정안은 그동안 정치권이 외면해온 중요한 의제에 다시 불을 붙인 소중한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여야 정치권이 개정안 발의를 계기로 활발한 의견개진과 입법활동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2020-12-01 12:31:12 게재

 

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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