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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노작가의 애국심

“위대한 작가는 그의 나라에서는 제2의 정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권도 별볼일 없는 작가라면 몰라도 위대한 작가를 좋아한 적이 없다.”

옛 소련의 반체제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87)이 한 말이다. 자신의 말대로 솔제니친은 1962년 수용소 생활을 진솔하게 묘사한 단편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로 필명을 얻었지만 동시에 당국의 눈 밖에 나게 된다.
이 작품에는 스탈린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감옥과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보내야 했던 8년의 경험이 녹아 있었다. 73년 파리에서 대표작 ‘수용소 군도’ 제1부가 출간됐으나 반역죄로 몰린 그는 이듬해 마침내 강제 추방되고 만다.


소련이 무너진 뒤 94년 러시아로 돌아온 솔제니친은 때로 옛 소련의 부패와 가난을 비판했지만 정치적인 발언을 삼가며 조용히 지내왔다. 그러던 노작가가 얼마 전 ‘모스크바 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서방을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의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 명백한데도 미국과 나토가 동유럽 속으로 군비를 증강해 러시아를 포위하려 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권력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 때는 국제정치적으로 서방에 대해 무수한 양보와 굴복이 있었다. 옐친 대통령도 고르바초프의 길을 답습했다. 반면 솔제니친은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망가진 국가 체제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이 푸틴 치하의 러시아에 주는 점수는 오히려 전보다 인색한 편이다. 사냥터 오발 사고 이후 칩거해온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리투아니아 국제 포럼에서 러시아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와 언론은 ‘신냉전’을 거론하며 흥분했다. 서유럽식이 아닌, 러시아적인 박애적·권위주의 체제를 주장해온 노작가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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