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

[여적] 스킨헤드

스킨헤드는 말 그대로 머리를 빡빡 밀고 다니는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청년들을 일컫는다. 가죽 점퍼와 청바지·군복, 군화 차림의 이들은 극단적 외국인 혐오증을 드러낸다. 이 스킨헤드들이 가장 설치고 있는 곳은 러시아의 대도시, 그 중에도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다. 러시아에서는 매년 이맘때, 즉 아돌프 히틀러의 생일인 4월20일부터 히틀러 사망일인 30일, 전승기념일인 5월9일까지 스킨헤드의 외국인에 대한 공격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스킨헤드의 원조는 러시아가 아니다. 1960년대 말 영국 백인과 서인도 제도 출신 흑인 부두 노동자가 그 유래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것이 유럽의 네오 나치즘과 결합해 백인 우월주의적인 우익 스킨헤드로 변질했다. 러시아는 2차대전에서 독일과 싸워 2천7백만명이 희생된, 가장 피해가 많은 나라다. 그 러시아에서 히틀러의 나치즘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활개치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러시아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절망, 가치관 혼란과 같은 일반적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사회학자 알렉산드르 타라소프는 구체적이고 색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극우이념가인 이바노프 스카레프스키의 ‘러시아주의’에 따르면 20세기에는 ‘두 명의 대 아리아 혈통의 영웅’이 있었다. 러시아의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와 히틀러다. 히틀러는 볼셰비키와 유대인들에 의해 제례 희생양이 된 니콜라이 2세를 위한 응징자였다….

지난 10여년 동안 러시아에서는 파시즘의 ‘명예 회복’도 이뤄졌다. 스킨헤드들은 1998년 4월 모스크바의 각 신문사에 팩스를 보내 ‘‘날마다 흑인 한 명을 살해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런 유의 협박은 금년에도 있었다. 지난 22일엔 아르메니아계 학생이 칼에 찔려 숨졌다. 러시아의 스킨헤드는 현재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스킨헤드 신문·잡지와 인터넷 사이트, 스킨헤드 음악 그룹 등이 번성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가 공권력은 이들을 방관하는 듯한 모습이다.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 노작가의 애국심  (0) 2006.05.07
[여적] 도쿄재판 60주년  (0) 2006.05.02
[여적] 공산당과 자본가  (0) 2006.04.20
[여적] 트루먼과 맥아더  (0) 2006.04.17
[여적] 시베리아 호랑이  (0) 200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