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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브레진스키

1977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컬럼비아대 교수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했다. 폴란드 출신인 이 공산주의 전문가는 인권외교를 표방한 카터 대통령의 그늘에서 차가운 국제전략을 구사한 ‘매파’였다.
그는 카터가 중시한 인본주의적 목표 달성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미국의 군사적 능력을 확립할 것을 강조했다. 당시 전반적인 세계정세는 비둘기파인 사이러스 밴스 국무장관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브레진스키의 입장을 강화시키는 방향이었다. 1979년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사건과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결정적으로 카터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현실주의적 방향으로 선회시켰다.

그가 1997년 출간한 ‘거대한 체스판’ 역시 미국의 현실적 국익을 앞세운 입장에서 쓴 21세기 미국의 국제경영 전략 안내서다. 책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말할 때처럼, 미국이 추구해야 할 전략들에 대해 매우 솔직한 표현들을 담고 있다.”(역자 김명섭 교수의 말)
브레진스키에 따르면 소련 붕괴 후 미국의 ‘세계 일등적 지위’는 감히 어떤 나라도 넘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냉전이 끝났으니 미국이 ‘세계의 경찰’을 그만두고 국내문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부했다. 그가 생각하는 미국의 일차적 목적은 미국의 패권 유지다. 이 패권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유라시아란 거대한 체스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그는 주장한다.

왕년의 매파 전략가 브레진스키가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대해 한마디 했다. 미국이 앞으로 1년 내에 이라크에서 손을 떼는 과정을 완료해야 한다고 한 세미나에서 주장한 것이다.
그는 막대한 전비와 미군 전사상자, 이라크인 희생자, 미국의 세계 지도력 손상 등 전쟁의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지적하며 ‘냉정한 판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라크 침공 3주년을 맞은 부시 대통령은 매파로부터 나오는 이런 충고마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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