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

[여적] 유다 복음

예수를 은전 서른 닢에 로마 병사에게 팔아넘긴 것으로 성경에 기록된 가롯 유다는 다분히 논쟁적 인물이다. 왜 그는 예수를 배반했나. 원래 탐욕적이기 때문인가, 예수를 따르며 품었던 신정왕국 출현의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인가, 아니면 배반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었나.

예수 당시 팔레스타인에는 ‘열심당’이라는 애국 단체가 있었다. 로마로부터 조국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혁명가들의 모임이었다. 일부 학자들은 유다가 열심당원이었으며 반 로마 혁명을 위해 예수를 따라다니다 여의치 않자 최후 수단으로 혁명에 불을 붙이기 위해 예수를 팔았다고 본다.

그러나 유다의 죄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은 대체로 보수적이다.
그 출발점은 인간의 죄는 전적으로 인간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는 ‘자유의지론’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신은 왜 유다를 태어나게 했나”라거나 “유다는 신의 인간 구원 계획을 완성하는 도구였다”는 따위의 생각은 어리석은 것이다.
그래도 의문은 꼬리를 문다. 이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인간의 논리로 신의 섭리를 설명하고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하곤 한다.

“가롯 유다가 예수를 배신한 것은 일종의 신학적 임무였다. 그가 배신함으로써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인간은 죄로부터 구원을 받게 됐다. 그는 악역을 맡은 희생양이다.”

이런 ‘이단적’ 주장이 담긴 ‘유다 복음’이 곧 공개된다. 스위스의 메세나 고미술 재단과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여러 해 동안 공동 연구 끝에 영·독·불어 번역을 끝낸 것이다. 2세기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유다 복음은 예수의 생애와 언행을 기술하고 있지만 내용은 신약의 정통 복음서와 판이하게 다르다고 한다. 유다의 역할을 악인이 아닌 영웅으로 그렸고, 성경과는 달리 예수가 유다를 용서하고 사막으로 보내 참회토록 했다는 것이다.

그 이단성 때문에 유다 복음이 ‘외경(Apocrypha)’ 대접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파격성 만큼은 상당한 논란거리가 될 것 같다.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 트루먼과 맥아더  (0) 2006.04.17
[여적] 시베리아 호랑이  (0) 2006.04.09
[여적] 김민기  (0) 2006.04.02
[여적] 브레진스키  (0) 2006.03.19
[여적] 국제전범재판소  (0) 2006.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