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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크리켓

재작년 크리켓 경기에서 인도가 숙적 파키스탄에 패배한 것을 비관해 인도 청년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크리켓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는 인도팀이 파키스탄에 4연패하자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또 이 패배는 인도 최대 축제인 디왈리의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 얘기지만 크리켓이 영국과 영연방 국가에서 누리는 인기를 고려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크리켓은 영국의 국기(國技)이다. 11명으로 된 두 팀이 교대로 공격과 수비를 하면서 공을 배트로 쳐서 득점을 겨루는 경기란 점에서 야구와 비슷하다. 18세기에 지금의 모습을 갖춰 호주, 남아공,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성행하고 있다. 선수의 복장은 깃이 달린 순백 셔츠에 플란넬의 백색 긴 바지 차림으로 영국 신사답고 사교적 분위기다. 선수들은 때로는 2∼3일이나 걸리는 경기를 런치 타임과 티 타임을 가지며 치른다.




중국이 크리켓을 국가적 스포츠로 발전시키기 위해 야심찬 5개년 계획을 세웠다는 보도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09년까지 전국적으로 최소 720개의 크리켓팀을 만들어 초등학생이 중·고교와 대학을 거쳐 성인이 될 때까지 뛰게 할 예정이다. 또 이달 들어 체육교사와 야구·소프트볼·탁구 코치 등 30여명을 최초의 크리켓 심판과 코치로 훈련시킨 뒤 각급 학교에서 크리켓을 전파하도록 했다.

중국이 크리켓에 갑자기 관심을 쏟는 것은 좀 엉뚱해 보인다. 이미 프로축구가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았고 프로야구도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바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경기이고 라이벌 인도가 크리켓을 잘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크리켓을 통해 역내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 축구대회는 축구전쟁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세계 경제의 경쟁국 인도를 겨냥한 중국의 크리켓 도전에도 스포츠 내셔널리즘의 일면이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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