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논객닷컴

[논객닷컴] 애도에서 행동으로 소설가 서머싯 몸은 “내가 인간성에서 주목한 부분은 도대체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는 한평생 일관성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64세에 쓴 문학적 회고록 ‘더 서밍 업’에서다.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지난 40년 동안 인간성을 연구해왔지만 아직도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unaccountable) 존재다. 사기꾼이 자기희생을 하는 것을 보았고, 좀도둑이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도 발견했다. 창녀가 화대만큼의 봉사를 해주는 걸 명예로 여기는 것도 보았다.” 그 결과 인간성의 모순적 특징들이 인간 내부에 병존한다. 이기심과 이타심, 이상주의와 관능주의, 사심 없음, 용기, 게으름, 신경질, 고집스러움, 소심함, 이런 것들이 모두 한 사람의 내부에 깃들어 그럴듯한.. 더보기
[논객닷컴] 촛불정신 잊어버렸나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9월 미국의 세계시민상을 수상하며 이런 연설을 했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겨울 촛불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습니다.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입니다. 촛불혁명에 함께 했던 나는 촛불정신을 계승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담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는 10월 28일 촛불집회 1년을 맞아 “촛불의 열망과 기대, 잊지 않겠습니다. 국민의 뜻을 앞세우겠습니다”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두말할 것 없이 그는 촛불집회를 통해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시민이 들어 올린 촛불의 정신이 만든 대통령이다. 장면을 바꿔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시절인 2016년 11월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해 촛불을 들고 있다. “위대한 촛불혁.. 더보기
[논객닷컴] 그곳에도 메아리가 울려 퍼지게 하려면 며칠 전 판문점 통일각에서 이뤄진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뤄진 회담”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말한 건 복잡한 절차와 의전을 생략하고 만났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만났다는 말도 된다. 사실 이념 문제를 떠나 남과 북은 ‘친구처럼’ 만날 수 있는 사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 아닐까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나 남북정상이 만날 때나 가끔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따로 통역이 필요 없다는 사실이다. 남북한 말 사이에 이질화가 상당히 진행돼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이 속히 재개돼야 한다는데도 말이다. 분단이 70년째 접어들었지만 만나면 바로 소통하는 데 지장이 없는 사이, 이게 남북관계다. 남과 북의 동질성은 같은 언어만이 아니라 .. 더보기
[논객닷컴] 아주 오래된 보수우파들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이 칼럼 제목은 015B가 부른 ‘아주 오래된 연인들(1992)’의 패러디다.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로 시작하는 노래는 연애 기간이 길어져 서로 심드렁해진 연인들의 심리를 꿰뚫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게 쇄신할 생각은 없이 흘러간 레퍼토리만 반복해 틀어대는 우리 보수우파랑 꽤 닮았다. 무엇이 어떻게 닮았나. 지난 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한민국 수호 비상국민회의’ 창립대회가 열렸다. 2000여 명의 인파가 모였는데, 이 모임의 성격은 참석자들 면면을 봐도 알 수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송영선 전 국회의원, 노재봉 전 국무총리,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심재철 국회 부의장…. 내로라하는 보수우파 인사들이.. 더보기
[논객닷컴] ‘임을 위한 행진곡’ 클래식 공모를 보는 소회 클래식(예술 음악)과 대중 음악은 끝없이 교류해왔다. 음악비평가 최유준은 아예 둘 사이에 그어진 경계선을 지우고 그냥 ‘음악’으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서구에서도 21세기 들어 ‘음악 이분법’의 신화는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술 음악과 대중 음악, 그 허구적 이분법을 넘어서’란 책에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클래식이나 대중 음악이나 결국은 같은 음악 현상을 다루는 것 아닌가라고 필자는 속 편하게 생각하고 싶다. 그래서 대중 음악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만나는 게 클래식과 국악이라고. 이 생각은 전문가들도 비슷한 듯하다. 미국의 음악인지심리학자 대니얼 레비틴은 말한다. “어릴 때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은 말이 있다. 클래식은 다른 어떤 음악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숭고한 음악이란 것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