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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닷컴] 다른 인간은 같은 인간이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재미교포 진모씨(32·여)는 2014년 취업비자로 한국에 왔다. 영어 강사로 일하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어학원 측은 고급반 수업을 맡기지 않았다. 그는 “학원이 수업 경력이나 강사의 학력수준에 앞서 먼저 ‘백인’인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학원 영어강사 구인 광고엔 “백인들만(Whites Only)”이란 조건이 붙은 것도 있다.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백인우월주의의 모습이다. 한국 경제구조에서 최상층을 차지하는 외국인은 거의 백인 전문직업인들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백인우월주의란 인종차별이 편향적으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네팔,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에서 온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법의 .. 더보기
[논객닷컴] 남북철도 연결을 성사시켜야 하는 이유 회상 한 토막. 모스크바대에서 연수중이던 필자가 흑해 연안 크림반도를 여행할 때 일이다. 목적지 심페로폴까지는 기차로 27시간 걸렸다. 고작 5~6시간밖에 기차를 타본 경험이 없던 내게는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쿠페(4인용 침대칸)에 동승한 러시아인들과 보드카를 마시다 설핏 잠이 들었는데 50대 농부인 사샤가 흔들어 깨운다. “미스터 김, 거의 다 왔어요.” 반색을 하며 “몇 분 남았냐”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3~4시간쯤”이란 것이었다. 놀리려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의 얼굴은 진지했다. 함께 탄 동양인이 지루해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조금만 참으란 뜻으로 한 말이었다. 따지고 보면 기차로 서너 시간은 그의 개념으로는 ‘거의 다 온’ 거리였다. 왜 아니겠는가.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 더보기
[논객닷컴] 늦가을에 시와 노래를 생각하다 다른 주제로 글을 쓰려다 바꿨다. 순전히 계절 탓, 쓸쓸한 만추(晩秋) 탓이었던 것 같다. 준비하던 칼럼 주제, ‘강제징용 판결 이후 우리의 현실적 대안’도 충분히 의미는 있었다. 자유한국당이 겪는 내분과 한국 보수의 미래도 그랬다.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은 얼마나 달라질까도 관심사였다. 그러나 솔직히 내 마음은 복잡한 세상에서 한 가닥 위로를 찾고 있었다. 온갖 사건 사고로 얽히고 설킨 세상 얘기 말고 뭐 다른 거 없나? 며칠 전 신문 한 귀퉁이에서 이런 기사가 눈에 띄었다. ‘시 읽다보면…어느새 면역력이 쑥쑥’이란 건강 관련 기사였다. 기사에 따르면 시를 구상하고 외우면 인지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소리 내어 읽으면 구강건조도 해소된다. 또 호흡이 깊어지면서 림프액 순환이 원활해지고 면역력이 높아진다.. 더보기
[논객닷컴] 가짜 애국자 가려내기 10·26이라면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에 맞아 숨진 날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10·26은 안중근 의사가 1909년 만주 하얼빈에서 일제의 조선 침략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날이기도 하다. 의거를 일으킨 지 올해로 109주년이 됐다. 어제 서울 용산아트홀 대극장에서는 ‘안중근 평화음악회’가 열려 안숙선 명창 등이 공연하기도 했다. 안중근 의거는 역사적 의미가 큰 사건이었다. 우리 민족의 기개를 세계에 떨치며 그가 평소 주창했던 동양평화론이 새롭게 조명되는 계기가 됐다. 많은 나라가 서구 열강의 식민지배를 받았지만, 같은 아시아 이웃나라의 악랄한 지배를 받은 건 조선이 유일했다. 이런 특이한 식민지 경험 때문에 우리는 애국자와 독립운동가를 구태여 나눠 생.. 더보기
[논객닷컴] 지지부진한 사회경제 개혁, 세 가지 질문 문재인 정권의 사회경제개혁 의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보수·진보 양측 모두에서 그렇다. 사안을 명쾌하게 하기 위해 세 개의 질문을 던져본다. 지난주 수요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열었다. 비가 오는데도 3만 명이 모였다. 흔히 보아왔던 민노총 등 노동단체가 주도한 행사가 아니었다. 식당·편의점·PC방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 단체들 중심이었다. 광화문광장은 2016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촛불집회가 뜨겁게 타올랐던 공간이다. 거대한 촛불의 함성을 통해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촛불혁명’이라고 부른다. 이제 첫 번째 질문을 던질 차례다. 그렇다면 이날 소상공인들의 외침은 반혁명, 반개혁적 성격이었을까. 아니라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