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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미국이 개최한 역설 꽤 오래전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 근무하는 일등서기관 L을 만나 술 마시고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러시아의 마피아 등 범죄 급증이 심각한 문제 아니냐고 물었다.그가 이렇게 대답한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걱정된다... 하지만 미국만큼 심각한 건 아니다. 미국을 봐라. 끔찍한 총기 난사 사건이 자주 벌어지고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중 미국 아닌 나라, 예컨대 노르웨이에서 극우주의자 브레이비크가 총기를 난사해 모두 77명을 숨지게 한 테러사건(2011년)도 발생하긴 했지만 학교 술집 식당 등에서 총기 사건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미국에 비하면 약과라 할 수 있다. ▲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막 연설을 하고 있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그뿐 아니다. 지난해엔.. 더보기
대중문화는 예술이 아니다? 문화에 있어 끊임없이 편을 가르려는 경향이 존재해온 건 사실이다. 영국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책 ‘유행의 시대(원제:Culture in a Liquid Modern World, 2011)’에서 이렇게 썼다. “선천적으로 ‘고급문화’라는 것, 엘리트 취향이라는 것이 있었고, 전형적인 중류층의 평범하거나 ‘속물적인’ 취향과 하류층이 열광하는 ‘천박한’ 취향이 존재했다. 그것들을 뒤섞는다는 것은 물과 불을 섞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이었다. 자연은 진공을 꺼리지만, 문화는 혼합을 견뎌내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다. bts가 세계적인 음악가와 협업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는 ytn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저서 ‘구별 짓기’에서 문화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유용한 도구로 드러내.. 더보기
오직 연결하라 오래 전 필자는 영국 작가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의 소설 ‘하워즈 엔드’를 번역·출간한 적이 있다. 속표지의 ‘오직 연결하라(Only Connect)’는 특이한 제사(題辭)가 지금도 기억난다. 여기에 소설의 주제가 압축돼 있다. 작가는 성격과 출신, 가치관이 판이하게 다른 두 집안, 즉 세속적인 윌콕스가(家)와 이상을 추구하는 슐레겔가 남녀의 갈등과 화해를 정교한 필치로 그려냈다. 이는 스토리가 ‘대립으로부터 연결로’ 옮겨간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하워즈 엔드'(1992)의 한 장면. 헨리 윌콕스로 분한 앤서니 홉킨스(왼쪽)과 매거릿 슐레겔로 분한 엠마 톰슨. 두 집안 남녀의 대립과 ‘연결’을 정교한 필치로 그려냈다. 오래된 기억이 떠오른 건 최근 한 기사를 읽으면서다. 유엔 산하 환경재해.. 더보기
여가부·통일부 폐지론, 이준석은 ‘아나키스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뜬금없고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 이유를 두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는 문제 제기 방식의 가벼움이다. 이 대표는 라디오와 TV에 나와 이 주장을 폈다. CBS 라디오에서는 “보수 쪽 진영은 원래 작은 정부론을 다룬다. 현재 정부 부처가 17~18개 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하면 좀 많다. 여성가족부나 통일부 이런 것들은 없애자”고 말했다. 앞서 SBS 인터뷰에서도 여가부 폐지 목소리를 냈다. 자신이 보기에 성과가 미흡하다고 아예 없애버리자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뿐더러 정부 조직 존폐를 이렇듯 가볍게 제기하는 것도 문제다. 조직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면 치밀한 당내외 여론 수렴을 거쳐 정책화해야지 라디오나 SNS에서 툭 던질 일은 아니다. 국민의.. 더보기
[오피니언타임스] 美 아시안 혐오 범죄 폭증...약자의 적은 약자? 며칠 전 신문에서 ‘호신용 페퍼스프레이’란 칼럼을 읽었다. 뉴욕에 사는 한국여성이 그런 제목의 글을 쓴 이유를 짐작할 것이다. 미국에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아시안 혐오범죄 때문이다. 필자는 “뉴욕에서는 불법이지만 다른 주에 사는 아시안 친구들은 테이저건이나 권총에 보디캠까지 장착하고 운동화를 신고 나가야 안심이라며 정보교류 중”이라고 했다. 그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이 피부에 와 닿는다. (뉴욕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4일 시위대가 증오범죄에 맞서 흑인과 아시아계가 연대할 것을 촉구하며 '흑인+아시아인'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 내 아시아계는 사는 게 전보다 불안해졌다. 지난해 혐오범죄는 7% 줄었지만 아시안에 대해서만 150% 증가했다. SAH라는 아시안 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