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철웅 칼럼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I Am a Rock’과 유치환의 시 ‘바위’를 비교한다

사이먼 앤 가펑클은 20세기 최고의 포크 록 듀오로 평가받는다.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로 구성된 이 미국의 남성 듀오는 1960년대와 70년대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사이먼은 작곡이면 작곡, 작사면 작사대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특히 시적인 가사가 일품이었다. 가펑클은 천사같은 목소리와 잘생긴 외모로 시선을 끌었다.
 워낙 많은 히트곡이 있지만 여기서는 주제에 맞게 <나는 바위다·I Am a Rock, 1966>란 곡에 집중하겠다. 가사는 이렇다. 

 A winter’s day
 In a deep and dark
 December
 I am alone
 Gazing from my window to the streets below
 On a freshly fallen silent shroud of snow
 I am a rock
 I am an island

 I’ve built walls
 A fortress deep and mighty
 That none may penetrate
 I have no need of friendship, friendship causes pain
 It’s laughter and it’s loving I disdain
 I am a rock
 I am an island

 Don’t talk of love
 But I’ve heard the words before
 It’s sleeping in my memory
 I won’t disturb the slumber of feelings that have died
 If I never loved I never would have cried
 I am a rock
 I am an island

 I have my books
 And my poetry to protect me
 I am shielded in my armor
 Hiding in my room, safe within my womb
 I touch no one and no one touches me
 I am a rock
 I am an island

And a rock feels no pain
And an island never cries
(마지막 절만 번역한다) 
 내겐 책들이 있고 
 날 지켜줄 시가 있어
 난 갑옷에 둘러싸여 있네
 내 방에 숨어, 자궁 속에서 안전하네
 내가 건드릴 사람 없고, 누가 날 건드리지도 않지
 난 바위야
 난 섬이야

 그리고 바위는 아픔을 느끼지 않아
 그리고 섬은 절대 울지 않지

 below와 snow, pain과 disdain 등 가사 여러 곳에서 운(韻)을 맞췄는데 특히 Hiding in my room, safe within my womb에서 room과 womb은 절묘한 운 일치다. 여기서 자궁은 은유다. 1941년생 동갑에다 같은 뉴욕 출신인 사이먼과 가펑클이 20대 중반에 발표한 이 곡은 1966년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3위에 오른다. ‘고립(isolation)’과 ‘무심한 감정 유지(emotional detachment)’를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제 청마(靑馬)유치환의 시 ‘바위’(1947) 전문을 살펴본다. 시인이 39세 때 발표됐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I Am a Rock과 비교하면 단연 두드러진 것이 있다. 같은 바위를 소재로 했으되 ‘현실 초극적 삶의 태도를 추구하는 화자의 강한 의지’를 형상화했다. 마지막 줄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가 그 절정이다. 바위란 자연물을 통해 강인하고 단호한 어조로 인생을 노래했다. 우리 서정시가 대체로 여성적 감성을 주조로 하는데, 이 시는 남성적 굵직한 말투를 느끼게 한다. 
 상기해야 할 것은 청마가 문학사상 생명파로 불린다는 사실이다. 생명파는 1930년대 생명 현상에 대한 시적 관심을 공통분모로 한 문학유파로 인생파라고도 한다. 서정주 오장환 김동리 유치환 등의 시에서 발견되는 생명의식과 도덕적 갈등, 시대 인식이 버무려져 나타난 데서 이런 호칭이 주어졌다. 이쯤되면 청마를 생명파로 부른 이유를 알 것 같다.

청마 유치환

 흔히 노래를 시라고도 한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게 가사와 시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하여 가사를 ‘노래시’로도 부른다. ‘음유시인’이란 말 자체가 노래와 시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 ‘시를 노래하다’라는 표현도 그렇다. 
 특히 이에 딱 맞는 경우가 서정시(抒情詩·敍情詩)다. 서정시의 한자 抒와 敍는 둘 다 ‘풀어놓다’로 어느 쪽을 써도 좋다. 시인의 감정·정서를 풀어놓은 것이 서정시다. 서정시에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있으니 바로 음악성이다. 서정시에서 음악적 운율·리듬은 필수적인 요소다. 발생학적 근거도 있다. 영어로 서정시는 리릭(lyric)인데, 그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리리코스(lyricos)다. 리리코스는 그리스 악기 리라(lyre)를 타며 부르는 노래를 말한다. 또 영어로 서정시와 노래 가사는 같은 말, lyric을 쓴다. 가사와 시를 비슷한 것으로 인식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스크린 도어에 적혀있는 시가 마음에 생경하게 느껴질 때 슬그머니 드는 생각이 있다. 이런 생뚱맞은 시보다 훌륭한 시상을 담은 노래 가사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트윈폴리오의 윤형주는 이런 술회를 한 적이 있다. “노래가 자꾸 히트를 치다 보니 작사 작곡에 자신감이 생겨서 아버지(윤영춘 박사)에게 말씀드렸죠. ‘동주 형님(윤동주 시인) 시를 제가 작곡을 잘해서 노래로 발표해 보겠습니다.’ 아버지가 생각을 한참 하시더니 ‘얘야 시 다칠라’ 하시면서 ‘시도 노래다. 시도 음(멜로디란 뜻)이 있고, 화음이 있고, 리듬이 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윤형주는 윤동주 시인(1917~1945)의 6촌 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