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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티나’로 기억될 여인

엊그제 타계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얻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1976년 1월19일 대처 보수당 대표는 켄싱턴 시민회관에서 소련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한다. “러시아는 세계 지배에 혈안이 돼 있으며 역사상 가장 강한 제국주의 국가가 되고 있다. 소련 공산당 정치국원들은 여론의 밀물과 썰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총을 앞세우기 전에 모든 것들을 제시하는 반면, 그들은 버터를 내놓기 전에 총부터 내민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소련 국방부 기관지 ‘크라스나야 즈베즈다(붉은 별)’는 대처를 ‘철의 여인(Iron Lady)’이라고 불렀다. 대처는 이 별명을 기분좋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버터’를 등장시킨 이 연설은 전년도에 보수당 최초 여성대표가 된 대처의 생활밀착형 정치인다운 면모도 보인다. 교육부 장관이던 1970년 대처는 취학아동들에게 무상공급하던 우유를 유료로 전환해버려 학부모단체들의 “우유도둑 물러가라”는 시위를 부르기도 했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왼쪽)가 1987년 7월18일 워싱턴을 방문해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확실히 ‘철의 여인’은 대처에게 잘 어울리는 별명이었다. 1979년 총리 취임 후 하루 19시간씩 일하는 초능력을 발휘했고, 말수가 적어 묵묵히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면서 과도한 사회복지 지출과 노사분규로 중병에 걸린 영국 경제를 수술하기 위해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댔다.

그런데 ‘철의 여인’ 못지않게 대처의 정치역정을 규정지을 수 있는 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티나’다. 여자 이름처럼 들리지만 실은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란 말의 영어 머리글자 모음이다. 대처는 1980년 6월 한 인터뷰에서 이 말을 썼다고 한다. 영국병을 고치려면 자유시장 경제에 기반한 고강도 개혁 말고는 다른 방안이 없다는 뜻이다. 그 후로 11년 집권 내내 티나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실제로 티나란 별명도 얻었다.

대처와 비슷한 시기에 집권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가까운 친구이자 둘도 없는 티나의 신봉자였다. 두 사람은 대서양 양편에서 시장만능을 구가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오늘날 빈발하는 경제·금융·재정위기 앞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유일 대안은커녕 전 지구적 양극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두 사람은 가고, 세상은 진짜 대안에 목말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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