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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가 엊그제 강원도 철원의 군부대를 방문했다. 김씨는 병사들에게 점심 배식을 한 뒤 함께 식사하며 격려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전우들끼리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군에서 만난 친구는 평생을 간다고 한다. 고달프거나 어려운 일은 말을 해야 하고 들어줘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연말에 전방에서 고생하는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한 것은 한 나라의 퍼스트레이디로서 마땅히 해야 할, 그리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후 인근 아파트에서 군인가족들과 만나 했다는 얘기들은 듣는 느낌이 자못 불편하다. 어느 편이냐 하면 불쾌감, 서글픔, 막막함 쪽이다.
김씨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쉬운 자리가 아니다.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고, 욕먹는 게 기본”이라면서 “그래서 그런 데 신경 안 쓴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일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밀고 나가는 것이지 누가 욕한다고 뭐 신경쓰면 아무 일도 못한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뭐라 그러면 나는 무조건 패스”라고도 했다.
 


                                                           김윤옥씨


이건 부적절한 발언이다. 첫째, 대통령 부인의 전방부대 방문은 어디까지나 공인의 공적 행사다. 그런 자리를 개인적 활동으로 착각이나 한 듯 자기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욕하는 거 신경 안 쓴다”는 심리는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며 방어적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욕먹는 까닭에 대해 성찰하려 하기보다는 묵살하는 데 온통 신경을 쏟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국민의 비판을 그저 욕으로 간주해버리는 발상이 놀랍다. 그는 정권의 위법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질타나 4대강 속도전 강행, 한·미 FTA 날치기 통과 등에 대한 비판도 싸잡아 욕이라고 보나. 셋째, 그의 인식에서 부창부수(夫唱婦隨)와 부부 일심동체의 서글픈 사례를 확인한다.
남편이 불통이면 아내라도 소통이 돼야 집안이 산다. 한데 국민이 고통 끝에 터뜨리는 불평을 다독여줄 생각은커녕 묵살하겠다는 투의 말을 들으니 마치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 단단한 벽을 느낀다.


김씨는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쉬운 자리가 아니라고 했지만 대통령 부인이란 자리도 그렇다고 본다.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 부인한테 위로받고 싶다는 게 야무진 꿈이 돼버렸음을 우리는 안다. 그저 염장지르는 일만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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