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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논점 흐리기의 심리학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의 국회 최루탄 살포에 대한 비판이 드높다. 아무리 한·미 FTA가 망국적인 것이라 쳐도 국회의원이 이를 저지하겠다며 최루탄까지 갖고와 터뜨린 것은 잘못이다. 뜻을 관철하기 위해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 마땅히 국회 윤리위에 회부하고 관련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 김 의원도 그럴 각오가 돼 있다고 한다.

그러니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런데 반응들이 지나치다. 한나라당이 ‘최루탄 테러 김선동 의원, 스스로 사퇴하라’는 논평을 낸 건 ‘피해자’란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언론의 지나친 호들갑이다. 그가 무슨 천인공노할 파렴치 행위라도 저지른 중죄인인 양 일제히 규탄에 나섰다. 그 양태는 이렇다. “국회 테러한 김선동 엄벌하라” “반의회주의 폭력정당 민노당을 용인할 건가” “국회 테러, 전기톱 해머 이어 최루탄 다음엔 무엇인가”란 사설을 썼고,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미국 의회보다 더 엉망인 입법부가 하나는 남아 있었다”고 비꼬았다고 소개했다. 이 사건이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고 썼다. 의도대로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까지 분노하고 나섰다.


                        국회 본회의장, 2011년 11월 22일


사용된 최루탄의 제조연도도 세세하게 캐냈다. 그런데 뭔가 중요한 게 빠진 탓인지 허전하다. 그건 김 의원이 백주에 의사당 테러를 감행케 만든 원인이다. 너무 흥분한 탓일까. 이 신문들은 수치스러운 최루탄 테러에는 전율하면서도 그 원인을 제공한 한나라당의 날치기 비공개 졸속처리 보도에는 극히 인색했다. 테러범죄가 너무나 커서 흔하디 흔한 ‘반역사적 날치기 폭거’쯤은 무시해도 좋다는 것인가.

비논리적 주장을 펴는 수법 가운데 ‘논점 흐리기’란 것이 있다. 잘못된 날치기를 두둔해야만 하는 처지에 마침 적진이 벌인 테러행위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혼신을 다해 테러를 규탄한다. 테러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와중에 사안의 대의와 본질은 가물가물해진다. 뭐가 중요한 거였더라? 이렇게만 되면 전략이었든 습관이었든 논점 흐리기와 물타기는 성공이다. “의회민주주의 파괴 좋아하네. 의회민주주의가 최루탄 터뜨리고 표결 불참하는 거냐”란 댓글이 줄줄이 올라온다. 글에 문맥이 있듯 사건에도 맥락이 있다. 이를 무시한 채 한 사안만 떼놓고 보면 균형적·논리적 이해는 불가능하다.

입력 : 2011-11-24 20: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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