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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칼럼

신정국가의 총리라면 모를까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과거 ‘친일, 반민족적’ 문제 발언들이 공개된 뒤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있지만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옹호론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그 발언들을 맥락적으로 이해하면 큰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독교 장로로서 교회란 특별한 공간에서 한 발언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KBS가 자극적으로 딱 특정 부분만 편집해서 보여줬으니까 그렇지, 뭐 그리 흥분할 일도 아닌 건가. 맥락적 이해란 말이나 문장은 어느 부분만 잘라내지 말고 전후 문맥을 살펴야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그를 두둔한다며 이런 말을 했다. “정치인이 마음껏 말하듯 언론인들도 자유롭게 말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예전에 한 글과 말 몇 마디를 갖고 그의 .. 더보기
위태로운 민주주의, 무엇을 할 것인가 같은 곳에서 시차를 두고 열린 행사 두 개로 시작하자. 장소는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이었고, 두 행사 모두 민주주의와 직결된 것이었다. 독립공원이 생소하다면 서대문 형무소 자리 하면 단박에 알아들을 거다. 독립공원은 1987년까지 서대문 형무소가 있던 자리에 조성됐다. 지난 11일 이곳에서 ‘갑오년 새해, 민주주의를 구하라’는 이름의 시국대회가 열렸다. 요즘 시국 집회가 흔하지만 이날 모임엔 특색이 있었다. 이른바 ‘민주화 세대’의 중장년층 시민들이 새해 첫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이다. 여기엔 1만3451명이 연명했다. 이철 전 코레일 사장, 원혜영 민주당 의원 등 유신시절 민주화 운동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나왔다. 20여개 대학 민주동문회 회원 등 500명 가량이 모였다. 왜 모였나. ‘민주주의를 구하라’.. 더보기
희망은 잔인한 거다 희망은 잔인한 거다. 어째선가. 희망의 이름으로 현재의 고통을 유보하고 미래로 전가하기 때문이다. 그럼 현재 진행 중인 고통은 어쩌란 말인가. 서현이의 짧고 불행한 삶을 생각해도 그렇다. 지난 10월 ‘소풍을 가고 싶다’고 의붓엄마한테 말했다가 폭행을 당해 갈비뼈 16개가 부러지며 숨진 여덟 살 이서현양 말이다. 이 사건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시민단체들은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었다. 국회에선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하는 특례법 제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죽은 서현이는 돌아올 수 없다. 내가 희망은 잔인한 거라고 말한 이유다. 서현이는 파란 꿈 한번 펼쳐보지 못한 채 떠나 그저 계기로, 교훈으로 남았다. 사람들은 다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며 미래의 희망을 말한다.. 더보기
애국심은 위험하다 애국심은 거룩한 것이다. 그런데 영국 문필가 새뮤얼 존슨(1709~1784)은 “애국심은 악당의 마지막 도피처”라고 악담을 했다. 지금도 심심치 않게 인용되는 이 말은 왠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그러나 무슨 생각에서 이 말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앞뒤 맥락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인즉 존슨이 이 말을 했다고 세상에 알린 사람은 그의 전기를 쓴 동시대인 제임스 보스웰이었다. 보스웰은 존슨이 비난한 건 전반적 애국심이 아니라 가짜 애국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사전 편찬자이기도 했던 존슨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자신이 만든 영어사전에 ‘애국자’에 대해 “가짜 주화를 가려내듯 외관만 그럴듯한 가짜 애국자를 가려야 한다”고 썼다. 애국자를 자처하면서 당파적 분란만 일으키는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 더보기
민주주의를 위한 ‘내전’ 한국 정치가 내전적 상황이거나, 적어도 정신적 내전상태로 가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과격한'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지난달 말 관람한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 사진전(세종문화회관)이 잠재된 ‘내전의 추억’을 깨우는 계기가 됐다. 추억이라 한 건 우리에겐 한국전쟁이라는 내전의 원체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전에는 그 유명한 ‘쓰러지는 병사’도 걸려 있었다. 카파가 1936년 첫 종군한 스페인 내전 때 코르도바 전선에서 찍은 것으로, 한 공화파 병사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그는 무엇을 위해 공화파 진영에서 싸우다 이런 최후를 맞게 됐을까. 요즘 대선불복론을 갖고 말이 많지만, 스페인 내전에도 비슷한 성격이 있었다. 총선에서 좌파 인민전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