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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1.18 [김철웅 칼럼] 그들만큼 치열함이 있는가

*11년 전 쓴 칼럼인데 17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얘기를 듣고 공감하며 올립니다.
<양정철 “대선 코 앞인데 술자리·외유 나갈 생각만···탄식이 나온다” - 경향신문 (khan.co.kr)>

며칠 전 조선일보에 실린 김대중 칼럼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신문의 김 고문은 ‘세종시와 실용의 정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에서 후퇴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세상이 두쪽이 나도 태도를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같은 사태를 극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쪽은 이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왜 그런가. 칼럼에 따르면 “ ‘백년’의 대계(大計)보다는 ‘2012년’의 정권 재창출에 양보하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정권의 연속성에 힘입어 이 대통령이 크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양보하라. 12년 전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 충고의 절절함을 알 것이다. 1997년 12월16일, 대선 이틀 전 왜곡보도에 항의하는 국민신당 당원들에게 당시 김대중 주필은 불콰한 얼굴로 신문사 앞에 나타나 “내일 모레면 국민회의, 국민신당 너흰 싹 죽어. 까불지 마”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그것은 뼈아픈 오판이었다. 선거 결과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40만표 차 신승이었다.

그후 대한민국은 ‘좌파 정권에 의한 좌파 세상’이 됐다. 김 고문 등 ‘우파’에게 그 10년은 얼마나 억장 무너지는 인고의 세월이었던가…. 또 어떻게 되찾은 정권인데 분열로 재창출을 위태롭게 하려는가. 그걸 막아야 한다는 일념이 녹아 있다.

보수, 정권창출 ‘세종시’ 활용 제안

요컨대 이 칼럼은 과거의 오판 재연에 대한 경계와 세종시를 정권 재창출용 꽃놀이패로 써먹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 이는 물론 집권세력에 대한 것이다. 꽃놀이패를 잘 활용해 박근혜 전 대표로 정권 재창출을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안은 역설적으로 야권과 진보세력이 상황인식을 새롭게 하고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상황인식은 이런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민주주의는 암울할 정도로 후퇴했다. 양극화도 심해졌다. 미디어법·4대강 사업 강행, 세종시 원안 파기도 그 연장선에 있다. 게다가 정권은 비판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민의도 삼권분립도 쉽게 무시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그래도 괜찮다고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에서 법을 준수하지 않는 국민들은 미국 예에 따라 통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약자의 외침은 ‘떼법’으로 몰아붙인다.

그러나 독재는 이미 옛날 얘기다. 현 정권을 독재로 규정하고 타도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우는 식으론 답이 안 나온다. 호응을 못 받는다. 시대가 달라진 것이다. ‘독재 타도’를 외치면서 화염병을 던지며 싸웠던 시절은 과거사일 뿐이다. 이 시대 우리를 포섭한 신자유주의, 양극화, 기득권주의를 해체하는 일이 과거 군사정권과의 싸움보다 더 힘겨운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상황을 정리해 보면 답은 분명하다. 그것은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 곧 선거혁명이다. 미디어법, 4대강, 세종시 비판은 필요하다. 하지만 비판에는 한계가 있다. 비판 자체를 목표로 보는 착시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자칫 법과 원칙이 다반사로 무시되는 개탄스러운 현실에 매몰돼 버려서는 안 된다. 6월 지방선거가 이명박 정권 극복을 위한 전초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5개 야당의 연대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지방선거에서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 궁극적인 답은 역시 정권교체이기 때문이다.

진보도 와신상담 심정 결집해야

진보 개혁 진영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보수진영이 가졌던 절치부심(切齒腐心),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처절한 인식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국은 우파정권 장기화의 중대한 기로에 섰는지도 모른다.

이를 저지할 수 있는 길은 진보·개혁진영의 결집뿐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야당들은 연대의 방법론, 전략, 전술을 찾기 바란다. 그러나 작년은 소의 해였고 올해는 호랑이의 해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도 필요하다.우리를 둘러싼 엄중한 현실은 묻고 있다. 그대들은 그대들이 비판해 온 저들만큼 치열함을 갖고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2010-01-19 18:10 입력 

 

Posted by 김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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