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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위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노래

 옛날에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놀이 같은 걸 할 때 불렀던 노래가 있다. 나도 어릴 적 그걸 흥얼거린 기억이 난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여기까지는 일종의 랩이고 다음은 노래다)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 무궁화 이 강산에 역사 반만년

 대대로 이어 사는 우리 삼천만/ 복되도다 그의 이름 대한이로세

 

 이 노래는 역사가 길다. 193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창가부 당선작으로 원래는 작자가 무명씨였다가 후에 이은상으로 드러났고, 곡은 현제명으로 확인됐다. 노래 제목은 원래는 <조선의 노래>였는데 광복 후 <대한의 노래>로 바뀌었다. 가사도 ‘조선’이 ‘대한’으로 고쳐졌다. 그러나 랩 부분이 언제부터 붙여진 건지는 분명치 않은데, 동요 작곡가 윤극영이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원숭이 엉덩이>란 제목에 ‘라라라라라라솔/ 라솔미…’로 시작되는 악보도 나와있는 것을 보면 근거가 있는 것 같다.


 이 노래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이 노래의 랩 부분이 연상(聯想) 작용의 결과라는 점, 그리고 이 연상이 노래와 노래 사이에도 일어난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원숭이 엉덩이’로부터 시작해 ‘백두산’까지 여섯 단계로 이어지는 연상 과정에는 참으로 기발한 상상력이 작동한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펼쳐지는 것이다.
 노래도 그렇다. 어떤 노래가 다른 노래를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가령 조영남을 세상에 알린 데뷔곡 <딜라일라>(1968)란 노래가 있다. 톰 존스의 원곡을 조영남이 직접 번안했는데 가사는 이렇다.

 

조영남의 <딜라일라>

 

 밤 깊은 골목길 그대 창문 앞 지났네/ 창문에 비치는 희미한 두 그림자
 그댄 내 여인 날 두고 누구와 사랑을 속삭이나
 오 나의 딜라일라 왜 날 버리는가
 애타는 이 가슴 달랠 길 없어/ 복수에 불타는 마음만 가득 찼네…(하략)

 

 이 노래는 역시 조영남이 부른 <불 꺼진 창>(1973·이장희 작사 작곡)으로 내 생각을 이끈다. 불 꺼진 창문 너머로 내 여인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봐야 하는 상황 설정이 <딜라일라>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조영남의 <불 꺼진 창>

 

 지금 나는 우울해 왜냐고 묻지 말아요
 오늘 밤 나는 우울해 그대 집 갔다 온 후로
 오늘 밤 나는 보았네 그녀의 불 꺼진 창을
 희미한 두 사람의 그림자를 오늘밤 나는 보았네
 누군지 행복하겠지 무척이나 행복할 거야 …(하략)

 

 생각은 김현식의 <골목길>(1989·엄인호 작사 작곡)로 이어진다. 골목길, 커튼, 너의 창문, 너의 얼굴 등 노랫말이 <불 꺼진 창>의 분위기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김현식의 <골목길>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커튼이 드리워진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
 수줍은 너의 얼굴이 창을 열고 볼 것만 같아
 마음을 조이면서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
 만나면 아무 말 못하고서 헤어지면 아쉬워 가슴 태우네
 바보처럼 한마디 못하고서 뒤돌아가면서 후회를 하네…(하략)

 

 다음은 한영애의 <누구 없소>(1988·윤명운 작사 작곡)다. <골목길> 노래에 나오는 ‘골목길’의 강한 이미지가 <누구 없소>의 ‘검어진 골목길’로 전이되는 것이다.

 

한영애의 <누구 없소>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어둠은 늘 그렇게 벌써 깔려있어
 창문을 두드리는 달빛에 대답하듯/ 검어진 골목길에 그냥 한번 불러봤어
 날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 모두/ 오늘 밤도 편안히들 주무시고 계시는지
 밤이 너무 긴 것 같은 생각에/ 아침을 보려 아침을 보려 하네
 나와 같이 누구 아침을 볼 사람 거기 없소/ 누군가 깨었다면 내게 대답해 주
 …(하략)

 

 글 초반 ‘원숭이 엉덩이’ 노래의 기발한 연상이 보여주듯 상상력은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는 거다. 연상은 ‘연관된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힘은 굉장한 것이다. 책 ‘다빈치가 그린 생각의 연금술’에서 저자 신동운은 이 노래를 예로 든 뒤, “생각의 연상작용은 천재적인 사고 구조로 가는 지름길이다. 다빈치도 이러한 연상하는 사고의 흐름을 갖고 있지 못했다면 다양한 방면에서 능력을 나타내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빈치가 예술, 건축, 해부학, 식물학, 광학, 천문학, 군사기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한 것도 다름 아닌 연상의 힘이라는 것이다.【주1】

 

 내게는 한 ‘세트’로 인식되는 노래들 3개가 있다. 혼성 듀엣 마음과 마음의 <그대 먼 곳에>(1985·박형국 작사 작곡)와 여성 듀엣인 작품하나의 <난 아직도 널>(1987·김휘원 작사 작곡), 그리고 권성연의 <한 여름밤의 꿈>(1990·권성연 작사 작곡)이 그것이다.
 왜 이 노래들이 한 묶음으로 여겨질까. 공통점들이 있다. 우선 몇 년 터울로 가요제 대상을 받은 곡들이다. <그대 먼 곳에>와 <한 여름밤의 꿈>은 강변가요제에서, 중간의 <난 아직도 널>은 대학가요제에서 받았다. 또 세 곡 모두 떠난 사랑을 그리워하고 회상하는 여인들의 노래다.
이런 곡이라면 의당 슬로 템포일 수밖에 없다.

 

 먼 곳에 있지 않아요 내 곁에 가까이 있어요
 하지만 안을 수 없네요 그대 마음은 아주 먼 곳에
 그대가 내 곁을 떠나갈 때 마치 넋이 빠진 모습으로
 난 몹시 담담한 마음으로 그대를 보냈어요
 아 그대는 내 곁에 없나요 아 그대는 먼 곳에 있나요
                     <그대 먼 곳에> 1절 가사

 

마음과 마음의 <그대 먼 곳에>

 

 거리를 나 혼자 걸었네 내게는 아무도 없었네
 차가운 바람 불 때면 내 마음 왠지 쓸쓸해지네
 조금씩 비가 내리네 어둠은 갈수록 짙어가네
 빗속을 혼자 걷는 이 마음 그대는 아는지 흥 모르는지
 아 이 비 그치면 그대 찾아 봐야지
 아무리 험한 산 일지라도 난 그대를 잊을 수 없어
 아무리 미운 너였지만은 난 아직도 널 사랑해…(하략)
                    <난 아직도 널> 가사

 

작품하나의 <난 아직도 널>

 

 나는 앞서 ‘노래, 자연의 친구’ 칼럼에서 <한 여름밤의 꿈>의 빼어난 감정이입과 음악성을 평가한 적이 있다. <그대 먼 곳에>의 여성 보컬 김복희의 짙은 허스키 음색도 강렬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공통점은 또 있다. <난 아직도 널>의 시작 부분 ‘라도레미♭레도도도도’와 <한 여름밤의 꿈>의 도입부 ‘라도레미레도도도시라’의 분위기가 놀랍도록 닮았다. 블루스풍 곡인 <난 아직도 널>이 블루노트인 미♭를 쓴 게 결정적 차이이긴 하지만, 내 머리 속에서 두 노래가 이따금 혼동을 일으키곤 하는 이유였다. 물론 이건 무슨 표절 얘기완 아무 상관이 없다. 하긴 이 노래들이 좀 헷갈리면 어떤가. 먼 곳에 있는 그대를, 난 아직도, 한 여름밤의 꿈처럼 그리워하는 건데….

 

 한 노래가 다른 노래를 연상시키는 이유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 그건 사람마다 노래취향이 다르고, 추억을 간직한 노래가 제각각인 거와 마찬가지다. 취향과 추억, 또는 체험 세계에 따라 연상되는 노래도 달라진다는 말도 된다. 어쨌거나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상을 따라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것도 재미있게 노래를 즐기는 방법이다. 이건 사랑, 이별, 고독, 추억 등 주제별로 노래를 분류하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나는 이따금 어떤 노래엔 ‘짝이 맞는 노래’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 나왔던 노래의 새로운 버전이 다시 나오는 식이랄까. 015B가 부른 <아주 오래된 연인들>(1992·정석원 작사 작곡)은 1990년대의 댄스 열풍의 진원지가 된 하우스 음악을 선보이면서 당시 신세대인 X세대다운 감각적 노랫말로 인기를 모았다. 연애 기간이 길어져 서로 심드렁해진 연인들의 심리를 꿰뚫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데 이 곡에는 그 주제 면에서 원조격인 노래가 존재한다. 트로트곡인 남인수의 <청춘고백>(1954·손석우 작사, 박시춘 작곡)이 그것이다.

 

015B가 부른 <아주 오래된 연인들>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곤 하지
 가끔씩은 사랑한단 말로 서로에게 위로하겠지만
 그런 것도 예전에 가졌던 두근거림은 아니야
 처음에 만난 그 느낌 그 설레임을 찾는다면/ 우리가 느낀 싫증은 이젠 없는 거야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약속을 하고/ 서로를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을 하지
 가끔씩은 서로의 눈 피해 다른 사람 만나기도 하고
 자연스레 이별할 기회를 찾으려 할 때도 있지 …(하략)
                          <아주 오래된 연인들> 가사

 

남인수의 <청춘고백>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보면 시들하고/ 몹쓸 것 이 내 심사
 믿는다 믿어라 변치 말자/ 누가 먼저 말했던가
 아 생각하면 생각사록/ 죄 많은 이 내 청춘
 좋다할 땐 뿌리치고 싫다할 땐 달겨드는/ 모를 것 이 내 마음
 봉오리 꺾어서 울려 놓고/ 본체만체 왜 했던가
 아 생각하면 생각사록/ 죄 많은 이 내 청춘
                         <청춘고백> 가사

 

 <청춘고백>에서 ‘만나보면 시들하고’라고 고백한 것은 당시 노래로는 이례적일 정도로 솔직한 가사다. 40년 뒤 나온 <아주 오래된 연인들>에선 이 솔직함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나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는 것’, ‘몰래 다른 사람 만나기’ 등으로 진화했다. 다양한 표현으로 사귄 기간이 오래된 연인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지만 그것도 결국 <청춘고백>의 ‘만나보면 시들하고’란 한마디 말로 요약된다. 옛날 트로트 노래야 그 정도로 넘어갔지만 1990년대 신세대 음악이 그러기에는 성에 차기 어려워진 것일까.

 

 장세정은 1937년 <연락선은 떠난다>(박영호 작사, 김해송 작곡)를 콧소리 섞인 애절한 목소리로 불러 듣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겨우 열여섯 소녀 때였다.

 

                                                    장세정

 

장세정의 <연락선은 떠난다> 등

 

 쌍고동 울어 울어 연락선은 떠난다/ 잘 가소 잘 있소 눈물 젖은 손수건
 진정코 당신만을 진정코 당신만을 사랑하는 까닭에
 눈물을 흘리면서 떠나갑니다 (아이 울지 마세요)/ 울지를 말아요
 파도는 출렁 출렁 연락선은 떠난다/ 정든 님 껴안고 목을 놓아 웁니다
 오로지 그대만을 오로지 그대만을 사랑하는 까닭에
 한숨을 삼키면서 떠나갑니다 (아이 울지 마세요)/ 울지를 말아요
                             <연락선은 떠난다> 1·2절 가사

 

 항구에서의 이별을 다룬 이 노래가 대히트한 데에는 시대적 요인도 작용했다. 이 노래에서의 연락선은 일본의 시모노세키(下關)와 부산을 오가는 관부(關釜)연락선을 의미했다. 한국인들에게 이 연락선은 일제의 징용과 수탈, 그리고 생이별과 동의어였다. “1937년 2월, 식민지 조선의 여성가수 장세정은 한 편의 기막힌 가요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연락선은 떠난다>가 바로 그것입니다. 노래 가사를 보면 그저 사랑하던 연인과의 평범한 이별 장면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음미해보면 이별과 눈물의 의미가 범상치 않습니다. 그야말로 생살이 찢기는 식민지의 고통과 한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관부연락선을 타고 현해탄을 건너 일본 땅으로 떠나면 그 길이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는 아득한 황천길이었던 것입니다.”【주2】

 

 이 곡과 짝이 맞는 노래가 30년이 지나 1967년 남진이 부른 <가슴 아프게>(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다. <연락선은 떠난다>와 이 노래를 연결하는 고리는 물론 연락선이다. 여기선 관부연락선과 달리 육지와 섬을 잇는 배다. 그러나 연락선으로 떠나고 보내며 가슴 아파하는 정서는 다를 게 없다.

 

남진의 <가슴 아프게>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쓰라린 이별만은 없었을 것을
 해 저문 부두에서 떠나가는 연락선을/ 가슴 아프게 가슴 아프게 바라보지 않았으리
 갈매기도 내 마음 같이 목메어 운다

 당신과 나 사이에 연락선이 없었다면/ 날 두고 떠나지는 않았을 것을
 아득히 바다 멀리 떠나가는 연락선을/ 가슴 아프게 가슴 아프게 바라보지 않았으리
 갈매기도 내 마음 같이 목메어 운다
                                                  <가슴 아프게> 가사

 

 <가슴 아프게>는 남진을 대중적 스타로 만들어준 노래인데, 원래 제목은 <낙도 가는 연락선>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취입 직전 평가 모임에서 바꿨다. 이 자리에 있던 원로 연예기자 정홍택이 “<낙도 가는 연락선>은 아무래도 너무 ‘올드’한 느낌이 들고 사람들이 기억하기에도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작사자 등의 동의를 받아 그 자리에서 노랫말을 따 바꾼 게 <가슴 아프게>였다.【주3】

 

 익명의 소녀가 주인공인 포크송들도 꼬리를 물고 연결될 수 있다. 듀엣 버들피리의 <눈이 큰 아이>(1975·이종환 작사, 김홍경 작곡)-둘 다섯의 <긴 머리 소녀>(1975· 손철 이두진 작사, 이두진 작곡)-여성 듀엣 산이슬의 <이사 가던 날>(1974·계동균 작사 작곡)-이장희의 <그 애와 나랑은>(1973·이장희 작사 작곡)가 그렇다.

 

버들피리의 <눈이 큰 아이>

 

 내 마음에 슬픔 어린 추억 있었지/ 청바지를 즐겨 입던 눈이 큰 아이
 이슬비 오는 밤길에는 우산을 들고/ 말없이 따라오던 눈이 큰 아이
 내 마음에 슬픔 어린 추억 있었지/ 지금은 어딨을까 눈이 큰 아이
                             <눈이 큰 아이> 1절 가사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우연히 만났다 말없이 가버린/ 긴 머리 소녀야
 눈 먼 아이처럼 귀 먼 아이처럼/ 조심 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 건너 작은 집의 긴 머리 소녀야/ 눈 감고 두 손 모아 널 위해 기도하리라
                              <긴 머리 소녀> 가사

 

산이슬의 <이사 가던 날>

 

 이사 가던 날 뒷집 아이 돌이는/ 각시 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장독 뒤에 숨어서 하루를 울었고/ 탱자나무 꽃잎만 흔들었다네
 지나버린 어린 시절 그 어릴 적 추억은/ 탱자나무 울타리에 피어 오른다
 이사 가던 날 뒷집 아이 돌이는/ 각시 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하략)                                        <이사 가던 날> 가사

 

 

이장희의 <그애와 나랑은>

 

 그 애와 나랑은 비밀이 있었네/ 그 애와 나랑은 남몰래 만났네
 그 애와 나랑은 서로가 좋았네/ 그 애와 나랑은 사랑을 했다네
 하지만 지금은 그 애는 없다네
 그 애를 만나면 한없이 즐거웠네/ 그 애가 웃으면 덩달아 웃었네
 그 애가 슬프면 둘이서 울었네/ 그 애와 나랑은 사랑을 했다네
 하지만 지금은 그 애는 없다네/ 그 애의 이름은 말할 수 없다네
                                      <그 애와 나랑은> 가사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2012)란 독특한 제목의 책을 쓴 엘리엇 부라는 한국계 미국인이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활용한 이른바 ‘비선형적 독서(non-liner reading)’로 꽤 유명해졌다. 그건 책을 20권 정도 쌓아 놓고 흥미로운 부분만 무작위로 읽어나가는 방식이다. 부를 소개하는 글에서 이런 내용을 마주쳤다.

   “그는 가리지 않고 읽는다. 시, 소설, 비소설, 노래 가사, 명언, 영화, 비디오, 그림, 사진. 대신 신문, 잡지,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뉴스, 자기계발서를 끊었다. 이런 것들은 바쁘게 사는 방법을 알려줄 뿐이다.” 내 눈을 잡아끈 건 읽을거리로 열거된 것들 가운데 ‘노래 가사’가 끼어있는 사실이다. 그렇다. 때론 청각예술인 노래의 가사도 시만큼이나 음미할 만한 독서감이란 생각을 해본다. 그 감성, 그 추억이 즉각적으로 가슴에 와닿기 때문일 거다.

 

【주1】신동운, 다빈치가 그린 생각의 연금술(스타북스, 2008)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하라’ 160쪽
【주2】매일신문 웹페이지 2012년 7월 26일, ‘이동순의 가요 이야기’ 장세정 편
【주3】한국일보 2009년 5월 26일자, ‘정홍택의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스타가수 남진이 탄생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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