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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한국 교육 따라하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교육에 관한 한 열렬한 한국 예찬가다. 2011년 4월 “한국 어린이들은 수학과 과학에서 미국 어린이들을 앞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 해 1월 국정연설에선 “한국에서는 교사가 ‘나라를 세우는 사람(national builders)’으로 인식된다”며 미국 교사들도 그런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열도 칭찬거리다. 한국은 부모의 교육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국인 교사들까지 충원하는데 미국은 교사를 대거 해고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절반의 진실만 말하는 것 같다. 한국 교육현실의 전모를 알고서는 예찬만 할 수 없다. 오바마가 한국의 입시지옥, 엄청난 사교육비에 대해 알까. 또는 뜨거운 교육열과 강고한 학벌주의의 상관관계를. 설사 들었어도 그 심각성을 깨달을 수 없을 거다. 그의 칭찬도 높은 디지털 교육환경, 대학 진학률 등 외형에 치우친 것일 뿐 교육의 질과 콘텐츠에 관한 건 아니었다.

 

 

              수능 앞둔 수험생 어머니들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높은 교육열일까, 좋은 학벌에 대한 열망일까.

오바마와는 달리 복지국가 스웨덴에선 정반대의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스웨덴 일간지 아프톤블라뎃이 며칠 전 스테판 뢰펜 사민당 대표의 방한에 맞춰 쓴 기사의 결론은 “한국 교육을 따라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당초 뢰펜 대표가 가장 관심을 쏟은 것도 ‘한국 교육의 기적’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 15세 청소년의 수학, 과학, 읽기이해 능력이 2009년 65개 국가 중 핀란드 다음으로 우수한 것도 고려됐다. 스웨덴은 28위였다.

그러나 이들이 접한 한국 교육의 실상은 경악할 수준이었다. 고교생들의 수업시간은 주 60시간이나 된다. 하루에 많게는 17시간을 공부하며 방과후엔 사설학원까지 다닌다. 4시간밖에 못 잔다. 사교육비는 월 6000크로나(약 100만원)나 된다. 교육이 너무 교과서와 시험 위주라 자율성이 없다. 우수하다는 한국 교육을 벤치마킹하려다 “앗 뜨거워” 했을 법도 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 특집에서 우리의 치열한 교육열기가 ‘또 다른 무기 경쟁’이라며 ‘냉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1년 OECD의 아동·청소년 주관적 행복도 조사에서 한국은 23개 나라 중 꼴찌였다. 어른들이 불행해도 아이들이 행복하면 희망이 있는 세상이다. 한데 학생들은 지금이 ‘역사상 가장 잔인한 대입제도’라고 한다. 이대론 모두에게 계속 불행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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