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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세상에서 가장 깨끗해야 할 사람

세상이 비리로 가득 차 있어도 이곳만은 청정한 곳으로 남아 있다고 믿는, 믿고 싶은 직업이나 분야가 있게 마련이다. 그게 어디일까.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장 부패한 집단부터 제외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 부동의 1위는 정치인이다. 가장 부패한 집단이자 가장 신뢰가 가지 않는 집단, 가장 법을 지키지 않는 집단으로 꼽힌다.
다른 나라에서도 대체로 비슷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독일인들은 정치인을 언제라도 뇌물을 받을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가장 청렴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라는 게 역설이라면 역설이다. 

이와 비슷한 존재가 검찰이다. 가장 깨끗해야 할 집단이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왕에 권력 눈치 살피는 정치검찰·견찰, 떡값 챙기는 떡찰 소리를 듣더니 ‘스폰서’와의 유착을 다룬 MBC 시리즈 방송 후론 체신이 더욱 구겨졌다.
진상규명위니 특검제니 동원해 보아야 헛수고였고 오로지 자기이익 수호를 위해 똘똘 뭉친 집단의 이미지만 키웠을 뿐이다. 전국 지자체장의 거의 절반이 탈법과 부정부패로 수사를 받고 상당수가 재임 중 구속되는 것을 보면 지방관료도 청정과 거리가 멀다. 금융에서는 신용이 생명이건만,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000개가 넘는 가·차명 계좌 보유 의혹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탄식한다. 

교육·종교계도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다. 전직 서울시교육감이 매관매직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급식, 교복, 공사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전·현직 교장 157명이 수학여행 등 학교 행사 때 뒷돈을 받은 혐의로 적발됐다. 이런 ‘비리의 시궁창’ 속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종교계도 돈이 흔든다. 어떤 스님은 방송에서 “수억원짜리도 아니고 단돈 5200만원짜리 골프 회원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대형 교회 가운데는 부자 간 목사 세습과 회계부정이 이뤄지기도 한다. 

신뢰와 배신감은 정비례하는 것 같다. 교육계, 종교계, 공직사회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깊을수록 그 반대 결과로 인한 배신감도 커진다. 엊그제 ‘사랑의 열매’ 운동을 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장부 조작, 공금 유용 등 부정을 저질러 왔다는 소식을 접한 우리의 심정이 그렇다. 정말이지, 이제 우리에게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는 곳은 없는가란 절망감이 밀려온다.